[스크랩] 3년만에 장사 잘되니 건물주가 “나가라!”
3년만에 장사 잘되니 건물주가 “나가라!”
빚내며 1억8000만원 투자했는데 한푼도 못받고 쫓겨나는 셈…
임차인 권리 대폭 강화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필요
대한민국에서 장사하면 안 된다. 상가임대차 상담을 하면서 민생지킴이(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)가 뼈저리게 절감하는 것이다. 우리나라의 임차상인에 대한 법제도 차원의 보호장치가 부실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.
자영업자는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. 장사가 안 되어도 문제지만, 장사가 잘 되어도 하루아침에 건물주에게 쫓겨나는 자영업자가 수두룩하다. 피 같은 권리금과 시설비를 한꺼번에 날리고, 숱한 땀의 대가로 남는 것은 빚뿐이다.
시설비·권리금도 회수 못했는데 건물주는 ‘나가라’
조경인(가명) 씨는 2005년 3월경 남편이 정년퇴직을 한 뒤, 서울 양천지역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시작했다.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1년간 계약했다. 건물주는 임대료에 따르는 부가세도 조씨가 부담하도록 했다.
치킨점에는 추가적으로 6000만원의 권리금(상인끼리 주고받는 일종의 자릿세), 1억2000만원의 시설비가 들었다. 이 때문에 조씨 일가는 금융권에서 1억원의 빚을 냈다.
처음 2년간 조씨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비싼 임대료를 내기도 부담스러웠다. 조씨의 건물에는 약 10개 점포가 세 들어 있었는데, 불황 탓에 다른 가게도 임대료 연체가 많아서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. 그럼에도 건물주는 모든 임차상인들에 대해 월세를 일률적으로 5%씩 올렸다(불로소득인 월 임대료 합계가 1천만원 이상은 될 것이다. 부가세 같은 세금도 임차인들이 알아서 납부해준다).
다행히 조씨의 상점은 앞쪽 건물에 다른 업체의 치킨점이 없어지면서 장사가 잘 되기 시작했다. 이제 한시름 놓을 때가 됐다 싶었는데, 얼마 전에 건물주가 찾아왔다.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해주지 않을 테니 건물에서 나가라는 것이었다. 민생지킴이 상담실을 찾은 조씨는 이렇게 하소연했다.
“3년만에 장사를 할 만하니까 건물주가 ‘자기 친척이 들어올 것’이라며 나가라네요. 무슨 업종을 할 거냐고 물어도 대답해주질 않아요. 3년 동안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뀐 다른 가게는 아직도 장사가 안 됩니다. 이런 가게를 놔두고 왜 하필 우리보고 나가라고 하는지 물어봐도 건물주는 미안하다고만 하고 묵묵부답입니다.”
[[ 사진설명: 민주노동당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집회에 나온 상징물. 대한민국 임차상인은 고달프다. 계약갱신 거부, 임대료 과다인상, 보증금 반환지체, 권리금·시설비 미보호, 각종 크고 작은 임대차 분쟁과 건물주 눈치 보기…. ]]
“우리나라 대박가게들은 다 쫓겨날 거 아닙니까”
장사가 잘되는 임차상인을 내쫓고, 건물주 자신이나 친인척이 똑같은 가게에서 비슷한 업종을 하는 것은 민생지킴이도 드물지 않게 접하는 피해사례다. 이 경우 임차인은 권리금이나 시설비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. 조씨는 억울하기만 하다.
“권리금과 시설비 1억8000만원을 투자하고 들어온 가게인데, 정말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는 건가요?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… 그럼 우리나라 대박집들은 다 쫓겨날 거 아닙니까?”
“답답해서 미칠 지경”이라는 조씨는 현재 쓰러져 누운 상태고, 가족들도 정신적 압박감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. 조씨는 “우리나라 법이 그렇게 엉터리는 아니겠죠?”라고 물었는데, 민생지킴이는 그렇지 않다고 위로할 자신이 없었다.
현재 상가세입자에게 5년간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, 임대료 인상률을 연12%로 제한하는 등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시행 중이지만 조씨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.
이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서울지역 임차상인은 환산보증금'[보증금+(월 임대료×100)]'으로 계산)이 2억4000만원 이하여야 하는데, 조씨의 환산보증금은 ‘보증금 8000만원+월 임대료 300만원×100=3억8000만원’이나 되기 때문이다(부가세와 임대료 인상분은 계산에서 뺐다).
환산보증금 자체가 생소한 용어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을 뿐 아니라, 많은 자영업자들이 환산보증금 2억4000만원 이하를 보증금 2억4000만원 이하로 잘못 알아서 5년간 임차권을 보장받는다고 착각하는 등 피해사례가 도처에 널려 있다.
조씨처럼 성실한 자영업자가 대박을 내고, 수십년간 한 자리에서 안심하고 장사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. <끝>
※여전히 분쟁 중인 상가이기 때문에 임차인의 피해 방지 및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피해자 이름, 지역, 업종, 시기 등에 약간의 변동을 주었습니다.
※환산보증금 계산법은 ‘월차임×100+보증금’입니다.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환산보증금이 서울은 2억4000만원 이하,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1억9000만원 이하, 광역시(인천 및 군지역 제외) 1억5000만원 이하, 기타지역 1억40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.
※민주노동당은 △환산보증금 제도를 없애고 모든 상가임대차에 10년간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△임대료 인상률 연5% 이하로 제한 △특별시·광역시·도에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△임대료 과다인상 등 임대인의 부당행위에 시정명령제 도입 △월세전환률을 현행 14%에서 10%로 인하 등을 골자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한 상태입니다.
※민생지킴이(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)는 임대차 상담과 상가임대차보호법 및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운동을 진행 중입니다.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02-2139-7852~4, 민생지킴이 홈페이지 http://minsaeng.kdlp.org ‘상담실’란을 이용하시면 됩니다. 인터넷 다음카페 ‘세입자 권리찾기 모임’( http://cafe.daum.net/naezipp )에서도 임대차 관련 정보제공과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. <끝>
2007년 10월4일(목)
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민생지킴이